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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일기10

신입사원 - 건물사이에 피어난 장미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제발 살아남아 줬으면 꺾이지 마 잘 자라줘 온몸을 덮고 있는 가시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견뎌내줘서 고마워 예쁘지 않은 꽃은 다들 골라내고 잘라내 예쁘면 또 예쁜 대로 꺾어 언젠가는 시들고 왜 내버려 두지를 못해 그냥 가던 길 좀 가 어렵게 나왔잖아 악착같이 살잖아 -----------------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라니.. 우리는 다 줄기에 가시가 있는 장미다. 멀리서 보면 화려하고 예쁜 대신 가까이 가면 다칠 수 있다. 잘 자라게 내버려 두면 좋을 텐데 꺾지 못해서 안달이다. 신입사원 시절 내 모습 그리고 내가 봤던 신입사원들의 모습 지하철 타고 오고 가며 꺾여있는 모습의 직장인들 20살 집으로 가던 4호선 지하철안 초저녁에 만취해 있던 20대 중반의 남성 그는 양복을 입고.. 2023. 10. 18.
당근과 채찍은 대상에 따라서 의미가 퇴색되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그냥 묵묵히 일하고 좋은 관계 유지하고 싶었다. 어떤 회사는 학연, 지연, 그리고 담배 연으로 사내 정치가 이뤄진다는데 영혼을 팔지 않고 사내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생존하는 방법은 일을 잘하는 거 아니었던가? 땡! 일을 겁나 잘해야 한다.. 영혼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를 괴롭히던 뾰족 씨가 나를 칭찬했다. 업무 퍼포먼스가 좋다고.. 채찍을 휘두를 때는 언제고 당근을 줬다. 그것도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그 당근은 나를 힘 나게 하지 못했다. 그가 갈았던 직원만 수두룩.. 이제는 나도 없으니 혼자 잘 먹고 잘사세요 2023. 10. 18.
자나깨나 대표님 생각 회사를 많이 좋아했어서 그런지 대표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려 보고 싶었다. 정말 내가 너무 일을 못 해서(?) 아니면 퇴사시켜야 해서(?) 야근하는 척을 안 해서(?) 일단 분 단위로 일해보기로 했다. 시키는 건 무조건 마감일까지 다했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는 엉덩이랑 의자는 한 몸이었다. 그리고 잘 보이려고 늦게 퇴근도 해봤다. 긴긴 시간 끝에 결론에 도달했다. 매출 부진 때문에 그랬구나...! 그동안 나는 신뢰를 못 쌓아서 내가 타겟이 되었구나 싶었다. 아-하! 근데 그걸 알기까지 왜이리 오래 걸렸을까...ㅜㅠ 2023. 10. 18.
도비의 지옥철 일지 도비 시절 지옥철 일지 붐비는 출근 시간에는 서로 밀고 밀치고 그럴 수 있다. 문득, 전 직장 초초초 예민보스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지하철에서 젊은 여자가 뒤로 지나가면서 자기를 밀쳤는데 순간 너무 빡쳤다고 했다. 그녀를 뒤따라가서 손으로 밀치고 5분 동안 30cm 정도 거리에서 노려보면서 중얼거렸다고 했다. "너 나한테 잘못 걸리면 뒤진다. 진짜" 밥 먹으면서 이 얘기를 하는데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잘못 걸리면 뒤진다고..?" 2023. 10. 18.
영혼없이 일하기 -2화- 동글씨는 밝은 사람 나는 그녀를 비타민이라고 칭했다. 티 없이 밝지만 똑똑한 사람! 사람은 환경이 중요하다. 환경이라고 말하고 사람이라고 이해한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나 또한 좋은 사람으로 변화될 확률이 높다. 부정적인 사람과 대화하기 어렵듯이 긍정적인 사람은 남들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 하지만 저 시절의 나는 어둡고 긴 터널 속 한가운데서 깊은 허무주의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옛 친구들 혹은 긍정적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가면을 쓰거나 주로 듣는 역할을 했다. 왜냐면 부정적인 사람과 대화하기 어려우니깐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세상 사람들이 받아줄 필요는 없다. 한두 사람에게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나머지 사람들에게 가면을 쓰고 지낼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삶인 것 같다. 2023. 10. 18.
영혼없이 일하기 (a.k.a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 -1화- 아마도 나는 이전까지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같은 게 있지 않았을까 싶다. 상대가 무례하게 굴었을 때 웃음으로 무마하려고 했거나 분노하거나 슬퍼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후회하는 밤을 보내면서 무뎌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다가 더 이상 출근용 가면을 쓰지 않게 되고 언제든 수틀리면 퇴사할 거다! 라는 마인드로 온 세상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뿜대던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난다. . . . 이제는 조금 멀어진 지난날의 이야기 회색빛 세상에서 무감각해진 나의 일기들 다행히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감정이 태도가 덜 되었던 하루들 다행이다 그날들이 과거형이라서 2023. 10. 18.